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 대관전

From 0

l 기획: 이장로

l 참여작가: 오현석, 윤희수, 이영후, 이장로, 이지훈, 허담

언제까지고 과거를 그리워만 할 수는 없다.

자연스레 지나쳤던 삶의 기억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었기에, 준비할 겨를도 없이 지금의 우리들은 아쉬움만을 되새길 뿐이다.그간의 우리가 홀로 존재하지 않았음이 새삼스럽다.

일상에서 유발된 수많은 관계와 작용은 우리 삶의 시나리오를 엮어왔기에, 지금의 우리는 이와 같이 살아올 수 있었다. 그와 같은 생의 울타리 안에서 지금의 변화와 문제를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을 것이다.

우리는 기대하던 미래를 대비하며 살아왔다고 했지만, 현재와 같은 삶은 그 이상으로 갑작스러웠기에 모든 것이 0으로 돌아가버린 듯한 상실과 억제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사회를 유지하던 시스템과 관계들이 위태롭게 침전하는 이 현실에서, 우리는 0에서부터 다시 시작되려는 시대의 처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마냥 절망스럽지만은 않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흐름의 희망이 다시 점화되고 있으니.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0의 지점으로부터 시작되었던 경험은, 현재의 서리풀청년아트갤러리에서도 깃들어 있다. 도시의 유휴공간이었던 통로가 과거에서 벗어나 예술적 시도와 경험이 창조되는 공간으로 새롭게 자리 잡은 것은, 현재의 상황과 조응하는 새로운 흐름으로서 예술가들의 영감이 되고 있다. 그것은 작가들이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업의 원동력과도 같아서 생을 이어가는 생명체와 같은 에너지로 끊임없는 창작과 교류의 신호를 보내온다. 서로 간의 자극들에서 체험된 삶과 환경은, 방법론적으로 연구하고 융합되어 우리와 현상이 시각적으로 관계를 갖고 체험되는 공간으로 재구성될 것이다.

우리들은 점점 시대에 만연한 팬데믹 상황에 젖어가고 있다. 서로가 서로로부터 격리되어 단절되는 상황 속에서 생동력 있는 활동이란 꿈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적 경험으로 사회와 연결될 꿈으로써, 제한된 일상에서 벗어날 미래를 재구성해 보려 한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 'From 0'은 0에서부터 시작하는 우리들의 일상, 0(young)으로부터 시작하는 작가들의 생명력이 표출되는 시간으로 흐를 것이다.

기획자 이장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