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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풀 휴(休) 갤러리 <잠들어 있는 사물을 깨우는 몇 가지 방법>

프로그램리스트 : 구분, 기간, 시간 ,장소, 대상, 가격 , 문의, 관람안내, 기타정보
구분 전시
기간 2025-02-17 ~ 2025-03-15
시간 평일 09:00~22:00, 토요일 09:00~18: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장소 심산기념문화센터|B1, 서리풀 휴(休) 갤러리
대상 전체 가격 무료
문의 02-3477-8308
관람안내
기타정보 토요일 방문 시 안쪽 주차장 입구로 방문하셔야 원활한 관람이 가능합니다.

유튜브

KakaoTalk20250211133710969

 


<잠들어 있는 사물을 깨우는 몇 가지 방법>

○ 2025.02.17(Mon)-13.15(Sat)

○ 월-금 09:00-22:00, 토 09:00-18:00 (일요일, 공휴일 휴관)

○ 참여작가 : 장영은

○ 장소 : 서리풀 휴(休) 갤러리 (서울시 사평대로 55, 심산기념문화센터 B1, 서리풀 휴(休) 갤러리)

 

 


 

 

<잠들어 있는 사물을 깨우는 몇 가지 방법>

 

나는 그리 깔끔한 사람이 아니다. 늘 너저분한 책상만 봐도 알 수 있다. 밖에서 끌고 들어온 것들을 대충 방 어딘가 던져두다가 내가 봐도 ‘아 이건 아닌데’, 싶을 때는 이미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태다. 노트북 옆으론 먹다 남은 빵 쪼가리가 놓인 접시, 그 옆엔 가장자리에 커피 입 자국이 남은 머그잔, 또 그 뒤로는 커버가 발라당 열어젖혀진 아이패드, 그 대각선 뒤로는 왜 나와 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줄자와 포크, 아니 포크는 왜 저기 가 있는 걸까. 치워야 하는데 치워야 하는데 하면서 멍하니 난장판이 된 책상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내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쫓아다니며 내 방을 치워주던 엄마가 없으니 내가 치우지 않는 이상 그들은 항상 놓여진 자리에 있었고, 새로운 물건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포크와 줄자 같은 얼토당토않은 조합의 풍경들이 생겨났다. 나는 이 광경이 퍽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상 위 어느 부분이든 골라잡아 크롭하거나 시점을 다르게 해서 사진을 찍으면 수백수천 가지 흥미로운 화면들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깨었다.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는 대신에 아직 아침이 오지 않은 어둑한 방 안을 둘러보았다. 책장 위에 올려둔 시들어가는 몬스테라를 제외하고선 전부 살아있지 않다고 불리는 것들이었다. 나는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세계 속에 갇힌 유일한 인간이었다. 묘했다. 두 눈을 흐릿하게 뜨고 다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형태들과 그 위에 적힌 텍스트들 따위는 뭉개지고 가장 기본의 형상들만 남았다. 침대에 앉아 보는 5평 남짓한 방 안의 풍경은 사각형, 원, 선 등의 조형적 언어만을 취해 2차원의 세계로 치환되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그들은 하나의 추상적 풍경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저마다의 개별적 화면을 만들어냈다. 침대 옆 작은 협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머그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 머그잔을 다시 협탁 위가 아닌 종이, 책, 펜 등이 어지러이 놓인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면과 선이 뒤엉킨 공간에 등장한 새로운 형상에 의해 나는 또 한 번 그들의 풍경이 바뀐 것을 보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새벽의 흐릿한 빛은 사물들의 경계를 허물고, 그들의 윤곽은 점점 더 모호해졌다. 머그잔의 둥근 테두리는 부드럽게 녹아내리고, 책상 위 펜들은 선으로 분해되었다. 이것은 깨어남의 순간이었다. 아니, 오히려 깨어나기 직전의 애매한 운동이었다. 그들의 윤곽은 더 이상 고정된 형태가 아니었다. 형태는 마치 숨을 쉬듯 부드럽게 변화하고, 서로 스며들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 순간, 사물들은 자신의 가장 순수한 존재 방식을 드러내고 있었다. 때로는 머그잔의 윤곽을 따라가다가, 때로는 그 윤곽을 완전히 해체하고 순수한 형태의 대화로 이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는 단순한 해체가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바로 이 순간을 담고 싶었다. 사물들이 깨어나는 그 찰나, 형태가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순간.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 미세한 진동을 시각적 언어로 옮기는 것. 사물들은 계속해서 움직인다. 그들만의 리듬으로, 그들만의 언어로. 나는 그저 그 리듬을 관찰하고, 그 언어를 번역할 뿐이다.

글. 장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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